한 복을 곱게 차려 입은 나니
(전북 전주시 완산초등 5)
는 떨리는 입술을 꼭 깨물었다. 서
울 서초동 국립국악원은 많은 사람
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밝은 조
명 탓인지 눈앞에는 아무 것도 보이
지 않았다. 하지만 후들거리는 다리
는 어쩔 수 없었다.
‘흔들려선 안돼. 침착해야지. 저
사람들을 인형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나니는 중얼거리듯 주문을 외며
무대에 올랐다.
‘분 같은 얼굴은 저절로 숙여지
고, 구름 같은 머리는 스사로 흩
어지고…….’
머리 속은 하얘지고, 이마엔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혔지만, 나니는‘ 춘향가’ 가운데‘ 이별가’의 한 대목을
시원스럽게 뽑아냈다.
“전 역시 무대 체질인가 봐요. 무대에 서기 전까지는 걱정이 많았어요.
너무 떨려서 정신이 아득했거든요. 하지만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정
신이 번쩍 들더라고요. 기억도 또렷해지고요.”
지난해 10월 31일 열린‘ 전국 소년 명창 대회’에서의 일. 나니는 이 대
회에서 초등부 대상인 교육부장관상을 수상했다. 판소리에 입문한 지 3년
만의 일이다.
지난 98년 완산초등에서는 학생들의 특별 활동을 위해‘ 판소리 반’을
만들었다. 당시 판소리를 배우겠다며 모여든 학생이 열 다섯 명. 하지만 1
년 뒤 남은 사람은 단 하나, 나니 뿐이었다.
“나니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판소리 반을 지키던 선생님이 나중에 떠나
시면서 저에게‘ 나니는 판소리에 소질이 있으니 꼭 시키라’며 당부를
하셨어요. 그러면서 소개해 준 분이 명창이신 최승희 선생님이셨죠.”
최 선생님을 만나면서 나니의 실력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갔다. 한번 배
운 가락은 금방 제것으로 만드는‘ 타고난 음감’에 하려는‘ 욕심’이 있었던
것. 일주일 가운데 닷새를 배우면서도 나니는 이제까지 한번도 빠진 적이
없다. 감기로 몸이 펄펄 끓어도‘ 듣기라도 해야 한다’며 선생님을 찾았다.
“엄마는 쉬라고 하시죠. 하지만 판소리는 쉬면 안돼요. 하루라도 쉬면
트였던 목이 다시 가라앉거든요. 듣기라도
하면 그래도 괜찮고요.”
그래서 붙여진 별명이 ‘독종’. 하지만
‘사람의 영혼을 울리는 소리꾼’이 되려면
더한 말도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어린 소리
꾼’ 나니의 생각이다. 취재/백연선 차장
판소리
민속악의 하나로 광대의 소리와 그 대사의 총칭. 조선 중기 이후
남도 지방 특유의 곡조를 토대로 발달한, 광대 한 명이 고수 한 명의
장단에 맞춰 일정한 내용을 소리와 몸짓을 곁들여 창극조로 두서너
시간에 걸쳐 부르는 민속 예술의 한 갈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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